
노션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뭐든 한 곳에 모아둘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인터넷에서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자료를 발견하면 저장하고, 갑자기 떠오른 생각도 적어두고, 해야 할 일이나 참고할 내용도 페이지를 만들어 넣었습니다.
처음에는 꽤 뿌듯했어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자료가 노션 하나로 모이니까, 이제 필요한 걸 잃어버릴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몇 달 지나니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분명 저장해둔 자료인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이거 노션에 적어놨는데.' 그 기억만 있고 어느 페이지에 넣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았어요.
사이드바를 열어서 페이지를 하나씩 뒤져보다가 결국 못 찾고, 인터넷에서 다시 검색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조금 허무했어요.
자료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션에 모았는데, 너무 많이 모아놓으니 노션 안에서 다시 잃어버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쌓아두기만 했던 노션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문제는 자료가 많다는 것보다 제가 저장하는 방식에 있었어요.
처음에는 페이지를 잘게 나누면 정리가 잘될 줄 알았어요
처음 노션을 정리할 때는 페이지를 세세하게 나누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와 관련된 자료를 저장한다면 먼저 컴퓨터라는 페이지를 만들고, 그 안에 윈도우, 프로그램, 오류 해결 같은 페이지를 또 만드는 식이었어요. 그 안에서도 내용이 많아지면 다시 페이지를 나눴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깔끔해 보였어요. 서랍 안에 칸막이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모든 자료에 자리가 생긴 기분이었거든요.
문제는 새 자료를 저장할 때였습니다. 어디에 넣어야 할지 애매한 자료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관련된 자동화 자료를 발견했다고 해볼게요. 이걸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넣어야 할지, 자동화에 넣어야 할지, 아니면 업무 도구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거예요.
그때그때 마음 가는 곳에 저장하다 보니 나중에는 제가 어디에 넣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페이지를 많이 나누면 찾기 쉬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저장할 때마다 분류부터 고민해야 하는 구조가 되어버렸어요. 결국 정리 기준이 너무 세세한 것도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목을 대충 적어둔 것도 나중에는 문제가 됐어요
자료를 저장할 때는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제목을 대충 적어도 괜찮았습니다.
나중에 보기 참고 이거 좋음
이런 식으로요. 그 순간에는 뭘 의미하는지 너무 잘 알았어요.
그런데 몇 주 지나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대체 뭐가 좋다는 거지?' 페이지를 직접 열어봐야 그제야 기억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비슷한 자료를 여러 개 저장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어요.
노션에는 검색 기능이 있으니 어디에 저장했는지 몰라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제가 찾으려는 단어가 제목이나 내용에 제대로 들어 있지 않으면 검색할 단서부터 부족했어요.
그래서 자료를 저장할 때 제목을 조금 다르게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멋있게 정리하려고 하기보다 나중의 내가 어떤 단어로 찾을지를 생각해서 제목을 적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예를 들어 나중에 보기 대신 ChatGPT 블로그 글 작성 참고처럼 적어두는 식입니다.
별것 아닌 차이인데 나중에 검색할 때는 훨씬 편했어요. 자료를 저장하는 순간의 제가 알아보기 좋은 이름보다, 몇 달 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제가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이 더 중요했습니다.
저장하는 것보다 다시 꺼내보는 게 더 중요했어요
노션을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자료를 발견하면 일단 저장부터 했어요. '언젠가 필요하겠지.' 그런 자료가 정말 많았습니다.
문제는 그 '언젠가'가 거의 오지 않았다는 거예요. 몇 달 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페이지가 쌓여 있었고, 무엇 때문에 저장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이쯤 되니 노션이 자료를 활용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인터넷에서 본 것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는 창고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저장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어요.
'이걸 나중에 어디에 사용할 건데?'
답이 바로 떠오르면 저장합니다. 실제로 써볼 기능이거나, 진행하고 있는 일에 필요한 자료 거나, 다시 확인할 이유가 분명한 내용이라면 남겨두는 거죠.
반대로 그냥 흥미로워 보여서 저장하려는 거라면 굳이 전부 노션에 넣지 않게 됐어요.
처음에는 좋은 정보를 많이 모아두는 게 노션을 잘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요.
100개의 자료를 저장해놓고 하나도 못 찾는 것보다, 실제로 사용하는 20개를 알아보기 쉽게 두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
노션을 단순하게 만들고 나니 오히려 더 자주 쓰게 됐어요
한동안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멋진 노션 화면을 보면 부러웠어요.
페이지가 여러 단계로 정리돼 있고, 카테고리도 세세하게 나뉘어 있고, 데이터베이스도 여기저기 연결돼 있는 모습을 보면 저도 그렇게 만들어야 노션을 제대로 쓰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 노션을 복잡하게 만들수록 손이 덜 갔습니다.
뭔가 하나 저장하려고 해도 어디에 넣어야 할지 생각해야 하고, 예전에 저장한 걸 찾으려면 여러 페이지를 열어봐야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구조를 줄였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큰 주제 몇 개만 남기고, 애매하게 나눠놓았던 페이지는 합쳤어요. 자주 다시 보는 페이지는 접근하기 쉬운 곳에 두고, 오래된 자료 중 앞으로도 볼 것 같지 않은 건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는 무작정 사이드바를 뒤지기보다 검색부터 사용하는 습관도 들였어요.
그렇게 바꾸고 나니 노션 화면 자체는 예전보다 단순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용하기는 더 편해졌어요.
정리를 잘한다는 게 페이지와 분류를 많이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내가 다시 찾아갈 길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나누는 게 저한테는 더 잘 맞았어요.
마무리 — 결국 필요했던 건 습관이었어요
처음 노션을 사용할 때는 정보를 많이 저장할수록 든든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발견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기억해야 할 것도 전부 노션에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료가 쌓이면서 오히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저장했는데 찾지 못해서 다시 검색하는 일이 생기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고요.
지금은 노션에 무언가를 넣을 때 예전보다 조금 까다롭게 고릅니다.
정말 다시 볼 건지 생각하고, 저장한다면 나중에도 알아볼 수 있게 제목을 붙이고, 분류는 제가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나눠요.
노션에는 검색이나 데이터베이스처럼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기능도 있지만, 결국 제가 아무 기준 없이 계속 쌓아두면 그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노션을 '모든 걸 저장하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시 사용할 정보를 남겨두는 곳에 더 가깝게 쓰고 있어요.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저장하는 자료는 오히려 줄었는데, 예전에 넣어둔 내용을 다시 찾아서 사용하는 일은 늘었습니다.
결국 노션에서 자료를 잘 정리하는 방법은 더 복잡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아니었어요. 저한테 필요했던 건 더 잘 저장하는 방법보다,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게 저장하는 습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