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션을 처음 사용할 때 가장 헷갈렸던 기능 중 하나가 데이터베이스였어요.
이름부터 어렵잖아요. '데이터베이스라니, 이거 뭔가 전문적인 기능 아닌가?'
막상 만들어보니 처음 보이는 건 표였습니다. 가로로 칸이 있고 세로로 줄이 있으니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그냥 표인데 왜 데이터베이스라고 부르지?'
간단한 목록을 만들 때도 굳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했고, 반대로 여러 정보를 계속 관리해야 하는데 일반 표처럼 만들어놓고 하나씩 직접 정리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할 일과 글 아이디어처럼 계속 내용이 늘어나는 목록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차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노션 데이터베이스는 내용을 칸에 적어놓는 표라기보다, 같은 정보를 여러 기준으로 정리해서 다시 볼 수 있는 목록에 더 가까웠어요.
이 차이를 알고 나니 언제 데이터베이스를 쓰고 언제 간단한 표를 쓰면 되는지도 훨씬 구분하기 쉬워졌습니다.
처음에는 일반 표로도 충분해 보였어요
처음 노션에서 정리할 내용을 만들었을 때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에 쓸 글을 관리한다고 하면 제목 / 상태 / 작성일 정도만 있으면 될 것 같았어요.
표를 하나 만들고 칸마다 내용을 적으면 끝이죠. 내용이 몇 개 없을 때는 실제로 이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놓고도 별 차이를 못 느꼈어요. 오히려 상태니 속성이니 처음 보는 메뉴가 늘어나니까 일반 표가 더 간단해 보였습니다.
차이가 느껴진 건 내용이 계속 쌓이고 나서였어요.
작성할 글, 쓰고 있는 글, 이미 발행한 글이 한 표 안에 섞이기 시작하니 원하는 것만 보고 싶어 졌거든요.
'아직 안 쓴 글만 따로 보고 싶은데.' '발행한 글은 지금 화면에서 좀 빼고 싶은데.'
일반적인 표로 생각하고 있을 때는 직접 찾아보거나 순서를 바꿔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처음 입력했던 정보를 그대로 둔 채, 조건에 맞는 항목만 골라서 보는 것이 가능했어요.
여기서부터 제가 알고 있던 '표'와 조금 다르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목록인데 보는 방법을 바꿀 수 있었어요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신기했던 건 보기(View)였습니다.
처음에는 표로 만들어놓으면 계속 표로만 사용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테이블로 볼 수도 있고, 보드나 캘린더처럼 다른 형태로 볼 수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글 목록은 그대로인데, 평소에는 표로 전체를 확인하고 상태별로 보고 싶을 때는 보드 형태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 작성 중 / 발행 완료처럼 나눠놓으면 어떤 글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한눈에 들어왔어요.
작성 날짜나 발행 날짜를 넣어뒀다면 일정에 맞춰 확인할 수 있는 보기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처음에는 보기 방식이 바뀌면 표를 하나 더 만드는 줄 알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또 입력해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실제로는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한쪽에서 내용을 수정하면 다른 보기에서도 같은 정보가 바뀌어요.
이걸 직접 써보고 나서야 데이터베이스를 왜 사용하는지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정보를 여러 군데 복사해서 정리하는 게 아니라, 한 번 입력한 정보를 필요에 따라 다르게 꺼내보는 거였어요.
필터도 이때 유용했습니다. 전체 목록은 그대로 두고 작성 중인 것만 보이게 하거나, 특정 주제만 따로 볼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정리한다는 게 정보를 여러 표로 나누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데이터베이스에서는 하나로 모아놓고 필요한 것만 골라보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한 줄이 그냥 한 줄이 아니라 페이지라는 것도 달랐어요
사용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차이도 있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의 항목 하나를 눌렀더니 새로운 페이지처럼 열리는 거예요.
처음에는 실수로 뭔가 잘못 누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각각의 항목을 하나의 페이지처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글 아이디어를 관리한다면 표에는 제목 / 주제 / 상태 / 날짜 정도만 간단히 표시해 두고, 해당 글을 눌렀을 때 열리는 페이지 안에는 참고할 내용이나 메모를 길게 적어둘 수 있어요.
이게 생각보다 편했습니다.
예전에는 표 안에 모든 내용을 넣으려고 했거든요. 메모가 길어지면 칸이 커지고 표 전체가 보기 불편해졌어요.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목록에서 바로 확인할 정보는 속성으로 두고, 자세한 내용은 항목 안쪽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겉에서는 목록처럼 깔끔하게 보고, 필요할 때만 안으로 들어가는 식이었어요.
이 기능 때문에 데이터베이스가 단순한 표와 가장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표에 정보를 적어두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각 항목에 관련된 내용을 계속 쌓아둘 수 있는 구조였거든요. 특히 한 번 만들고 끝나는 목록보다 앞으로 계속 추가하고 관리해야 하는 내용에 잘 맞았습니다.
그렇다고 뭐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 필요는 없었어요
차이를 알고 나니 한동안은 반대로 모든 걸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읽을 책도 데이터베이스, 살 것도 데이터베이스, 해야 할 일도 데이터베이스. 조금만 목록처럼 보이면 일단 데이터베이스부터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이것도 은근히 피곤했어요.
우유, 휴지, 세제처럼 오늘 살 물건 몇 개 적어놓을 건데 굳이 상태와 분류를 만들고 보기를 설정하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체크리스트 몇 줄이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데이터베이스를 써야 할지 고민되면 한 가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이 목록을 앞으로 계속 추가하고, 나누고, 다시 찾아볼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데이터베이스가 편했습니다. 글 목록이나 업무처럼 항목이 계속 늘어나고, 상태나 날짜별로 나눠보고 싶다면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을 활용할 일이 많아요.
반대로 잠깐 적어두고 끝낼 내용이나 항목이 몇 개 안 되는 단순한 정보라면, 일반 표나 체크리스트가 오히려 편했습니다.
마무리 — 표와 데이터베이스, 둘 다 정답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데이터베이스라는 이름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고, 조금 익숙해진 뒤에는 좋은 기능이 많으니 무조건 써야 할 것처럼 생각했어요. 직접 사용해 보니 둘 다 아니었습니다. 표는 정보를 보여주는 데 충분할 때가 있고, 데이터베이스는 그 정보를 계속 관리해야 할 때 편한 도구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노션에서 무언가를 정리한다고 바로 데이터베이스부터 만들지는 않습니다. 한 번 보고 끝날 내용이라면 간단하게 적고, 앞으로 항목이 계속 늘어나면서 상태나 날짜별로 다시 찾아볼 것 같다면 그때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요.
이 기준을 정하고 나니 오히려 노션이 훨씬 단순해졌습니다. 처음부터 속성과 보기 기능을 전부 배울 필요도 없었어요.
필요한 목록 하나를 만들고, 나중에 '완료된 것만 보고 싶은데?' 같은 필요가 생길 때 필터를 써보고, '상태별로 나눠보고 싶은데?' 싶을 때 다른 보기를 추가하면 됐습니다.
저처럼 처음 노션 데이터베이스를 보고 '이거 그냥 표 아니야?' 싶었다면, 처음부터 어려운 기능을 전부 익히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몇 줄짜리 표에서는 차이가 잘 안 보이지만, 계속 쌓이는 정보를 한 번 입력해 두고 여러 방식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데이터베이스의 차이가 확실히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