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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렐로 처음 써보니, 할 일을 카드로 만드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by 시네큐어 2026. 9. 12.

트렐로 처음 써보니, 할 일을 카드로 만드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예전에는 메모장에 쭉 적었습니다.

자료 찾기 사진 정리하기 글 작성하기 제출하기

하나 끝나면 지우거나 체크 표시를 하면 됐어요. 할 일이 몇 개 없을 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분명 목록에는 적혀 있는데 어디까지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겁니다. 자료를 찾고 있는 건지, 이미 다 찾아서 글을 쓰고 있는 건지, 글은 완성했는데 제출만 안 한 건지 메모만 봐서는 알 수 없었어요.

결국 할 일 옆에 진행 중 거의 끝남 확인 필요 같은 말을 하나씩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Trello를 처음 써봤어요.

처음 화면을 봤을 때는 솔직히 '메모를 네모난 카드로 만들어놓은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카드를 옮겨가며 사용해 보니 조금 달랐어요.

Trello는 할 일을 적어두는 것보다 지금 일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때 더 편한 도구였습니다.


처음에는 할 일을 카드로 만들기만 했어요

Trello에서는 보드 안에 리스트를 만들고, 그 안에 카드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구조를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보드를 하나 만든 다음 해야 할 일이라는 리스트를 만들고 제가 할 일을 카드로 하나씩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놓고 보니 기존 메모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메모장에서는 줄마다 할 일을 적었다면 Trello에서는 네모난 카드마다 할 일을 적은 것뿐이었습니다. '이걸 왜 쓰지?' 싶었어요.

 

그러다 리스트를 하나 더 만들어봤습니다. 해야 할 일 진행 중 완료 이렇게 세 개로요.

그리고 어떤 일을 시작하면 해당 카드를 해야 할 일에서 진행 중으로 옮겼습니다. 끝난 카드는 다시 완료로 옮겼고요.

이때부터 차이가 느껴졌어요.

해야 할 일이 열 개 있다고 해도 그중 제가 지금 붙잡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바로 보였습니다. 완료된 일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옆에 남아 있으니 '오늘 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싶다가도 완료 목록을 보면 생각보다 많이 끝낸 날도 있었어요.

저한테는 체크 표시보다 카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더 직관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리스트를 너무 많이 만들었더니 오히려 헷갈렸어요

Trello 방식이 마음에 들자 이번에는 리스트를 세세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 준비 전 준비 중 작업 예정 작업 중 검토 수정 완료

처음에는 굉장히 체계적으로 보였어요. 문제는 카드 하나를 옮길 때마다 생겼습니다.

'준비 중이랑 작업 예정은 뭐가 다르지?' 제가 만들어놓고 제가 헷갈렸어요. 어떤 카드는 어느 단계에 넣어야 할지 애매해서 그냥 원래 자리에 두기도 했습니다.

정리하려고 만든 단계가 오히려 일을 하나 더 만든 셈이에요.

 

결국 다시 줄였습니다. 개인적인 할 일을 관리할 때는 저한테 해야 할 일 / 진행 중 / 완료 정도만 있어도 충분했어요. 중간에 확인이 꼭 필요한 작업이 많다면 확인 필요 정도를 추가할 수 있었고요.

여기서 느낀 건 Trello의 리스트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실제로 구분할 필요가 있는 상태만 만드는 게 더 중요했어요.

단계가 너무 많으면 일을 하는 것보다 카드를 어디에 놓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카드 안에 내용을 넣으니 메모 한 줄과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카드 제목만 사용했습니다. 블로그 글 작성 이렇게요.

그런데 실제로 일을 시작하면 이 한 줄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넣기로 했는지, 참고할 자료는 무엇인지, 먼저 해야 하는 작은 일이 무엇인지 따로 메모하게 됐어요.

Trello의 카드를 열어보면 카드 안에 설명을 적거나 체크리스트를 추가하는 등 세부 정보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큰 할 일 하나를 카드로 만들고, 그 안에 필요한 내용을 넣어보는 식으로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 글 작성이라는 카드가 있다면 주제 정하기 자료 확인 초안 작성 이미지 준비 최종 확인 같은 작은 작업은 체크리스트로 나눌 수 있는 거죠.

 

처음에는 작은 작업까지 전부 별도의 카드로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보드에 카드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반대로 모든 내용을 카드 하나에 글처럼 길게 적으면 진행 상황이 잘 보이지 않았고요.

몇 번 바꿔본 뒤에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혼자 움직여도 되는 하나의 작업은 카드로, 그 작업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작은 단계는 카드 안의 체크리스트로.

이렇게 나누니 보드가 지나치게 복잡해지지 않았어요.


마무리 — 기록보다 일이 움직이는 모습이 필요할 때 편했어요

Trello를 처음 보기 전에는 꽤 전문적인 프로젝트 관리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여러 사람이 업무를 나눠서 관리할 때나 사용하는 도구 같았어요.

직접 써보니 혼자 사용할 때도 쓸 만했습니다. 다만 모든 할 일을 Trello에 넣을 필요는 없었어요.

휴지 사기 택배 찾기 전화하기처럼 그냥 끝내면 되는 간단한 일은 일반적인 할 일 목록에 적는 쪽이 저한테는 빨랐습니다. 굳이 카드를 만들고 진행 중으로 옮겼다가 다시 완료로 움직일 이유가 별로 없었어요.

반대로 며칠에 걸쳐 진행하거나 여러 단계를 거치는 일은 달랐습니다. 글 하나를 작성하거나, 자료를 정리하거나, 어떤 준비를 며칠 동안 해야 한다면 단순히 했음 / 안 했음만으로는 부족했어요.

그럴 때 Trello가 편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왼쪽에 있고, 시작한 일은 가운데로 이동하고, 끝낸 일은 오른쪽에 쌓입니다. 지금 제가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보려면 진행 중만 보면 됐어요.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습관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해야 할 일이 많으면 여러 개를 동시에 조금씩 건드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Trello에서 그렇게 하니 진행 중에 카드가 계속 쌓이는 게 그대로 보였습니다. 끝낸 건 없는데 시작한 일만 잔뜩 있는 거죠.

그래서 진행 중인 카드를 너무 많이 만들지 않고, 하나를 어느 정도 끝낸 다음다음 카드를 가져오는 식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Trello가 예쁜 할 일 목록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낍니다.

할 일을 기록하는 도구라기보다, 시작하기 전부터 완료할 때까지 일이 어디쯤 와 있는지 보여주는 도구에 가까웠어요.

메모장에 할 일을 적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 굳이 Trello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할 일은 분명 적어뒀는데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했지?'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 카드 몇 개를 해야 할 일 / 진행 중 / 완료로 나눠보는 것부터 시작해볼 만했어요.

저도 결국 가장 오래 남은 건 복잡하게 꾸민 보드가 아니라, 카드가 세 칸 사이를 움직이는 아주 단순한 방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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