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션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템플릿을 꽤 많이 찾아봤어요.
검색해 보면 예쁜 가계부부터 일정 관리, 독서 기록, 업무 관리까지 정말 다양하게 나오잖아요.
처음에는 저도 '이렇게 잘 만들어진 걸 놔두고 굳이 직접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받아서 써보면 이상하게 오래 못 쓰겠더라고요. 제가 필요하지 않은 항목이 너무 많기도 했고, 어디에 뭘 입력해야 하는지부터 익혀야 하는 템플릿도 있었어요. 결국 몇 번 입력하다가 원래 쓰던 단순한 페이지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다 반복해서 만드는 페이지가 생겼어요.
구성은 매번 거의 똑같았습니다. 제목을 적고, 날짜를 넣고, 확인할 내용을 몇 개 적은 다음 아래에 메모할 공간을 만드는 식이었죠.
처음에는 이전 페이지를 복제해서 사용했습니다. 그게 제일 쉬웠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이전 페이지에 적어둔 내용까지 그대로 복사한 채 새 기록을 작성하고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예쁜 완성품을 받아 쓰는 것 말고, 내가 반복하는 빈 틀만 템플릿으로 만들어두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페이지를 복제하면 내용까지 따라오는 게 문제였어요
같은 형식의 페이지를 반복해서 만들 때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 페이지를 복제하는 거였습니다.
이미 만들어둔 게 있으니 새로 구성할 필요가 없잖아요. 복제한 다음 이전 내용만 지우면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문제는 그 '이전 내용만 지우기'를 자꾸 빼먹는다는 거였습니다.
날짜는 새로 바꿨는데 아래쪽 메모 하나를 그대로 남겨두기도 하고, 체크했던 항목을 초기화하지 않은 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내용이 길어지면 이전 기록인지 새 기록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리기도 했고요.
결국 페이지를 복제한 뒤마다 이전 내용 삭제 → 체크 해제 → 날짜 변경 → 필요 없는 부분 지우기 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복제가 편한 건지 오히려 일을 하나 더 만드는 건지 애매했어요.
그래서 아예 내용이 들어 있지 않은 기본 형태를 만들어두기 시작했습니다.
노션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반복해서 사용할 페이지 구성을 템플릿으로 만들어둘 수 있어요. 새 페이지를 만들 때 그 템플릿을 선택하면 미리 만들어둔 구조가 들어옵니다.
이전 기록을 복사하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다음번에도 필요한 내용'만 넣어둘 수 있는 거죠. 저한테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처음에는 템플릿을 너무 거창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직접 만들기 시작하니까 또 욕심이 생겼습니다. 기왕 만드는 거 제대로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구분선도 넣고, 여러 항목을 나누고, 나중에 쓸지도 모르는 메모란도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어요. 정작 새 페이지를 열 때마다 빈칸이 너무 많았습니다. 쓰지도 않는 항목을 보면서 '여기도 뭔가 적어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결국 귀찮아서 템플릿 자체를 안 쓰게 됐어요.
남이 만든 템플릿을 받아쓸 때 불편했던 이유와 똑같았습니다. 필요한 것보다 많은 기능을 넣어둔 거예요.
그래서 두 번째로 만들 때는 기준을 바꿨습니다.
'있으면 좋을 것 같은 항목'이 아니라 '지금까지 실제로 매번 만들었던 항목'만 넣었어요.
매번 제목 아래 날짜를 적었다면 날짜 자리. 항상 같은 질문 세 개에 답했다면 그 질문 세 개. 마지막에 반드시 메모를 남겼다면 메모 공간. 이 정도로 줄였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훨씬 자주 쓰게 됐어요.
노션은 기능이 많다 보니 처음에는 이것저것 넣을수록 잘 만든 페이지처럼 느껴졌는데, 반복해서 사용할 템플릿은 반대였습니다.
비어 있는 항목을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느냐보다 매번 반복하던 준비를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더 중요했어요.
받아 쓰는 템플릿과 직접 만든 템플릿은 목적이 달랐어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만든 노션 템플릿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처음 접하는 분야에서는 꽤 도움이 됐어요.
예를 들어 제가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관리표라면 어떤 항목이 필요한 지부터 모르잖아요. 이럴 때 이미 만들어진 템플릿을 보면 '아, 이런 식으로 정리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걸 처음부터 완성품이라고 생각했을 때였어요. 받은 템플릿에 제 생활을 맞추려고 하니까 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직접 만들어본 뒤에는 반대로 생각하게 됐어요.
받은 템플릿은 참고용으로 보고, 실제로 계속 사용할 것은 제 습관에 맞게 줄이는 것.
저한테는 이쪽이 훨씬 잘 맞았습니다.
특히 노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템플릿과 같이 써볼 만해요.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아직 일반 표처럼 느껴진다면 노션 데이터베이스, 그냥 표랑 뭐가 다를까? 직접 써보고 알게 된 점에서 제가 처음 헷갈렸던 부분을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예전에는 데이터베이스를 그저 자료를 줄줄이 저장하는 곳으로 생각했는데, 템플릿을 같이 사용하니 같은 형식의 기록을 계속 쌓는 용도가 조금 더 이해되더라고요.
마무리 — 복제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순간이 신호였어요
노션을 쓰면서 템플릿을 꼭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한 번 만들고 끝날 페이지라면 굳이 템플릿까지 만들 필요가 없어요. 두 번 정도 비슷한 페이지를 만든다고 바로 템플릿을 만드는 것도 저한테는 오히려 일이었습니다.
제가 템플릿을 만들기 시작한 기준은 단순했어요.
'또 이 페이지 복제하고 있네.'
이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같은 구조를 세 번, 네 번 계속 복제하고 있다면 그중에서 매번 남겨두는 부분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해요. 반대로 매번 지우는 내용도 보입니다.
그때 이전 페이지 하나를 그대로 템플릿으로 만드는 대신, 계속 필요한 부분만 남긴 빈 형태를 만들면 됐습니다.
이 방법이 좋았던 건 처음부터 완벽한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어요. 실제로 사용하다가 '이 항목은 매번 쓰네' 싶으면 추가하고, '만들어놨는데 한 번도 안 쓰네' 싶으면 빼면 됩니다.
처음에는 노션 템플릿이라고 하면 인터넷에서 보는 화려한 대시보드부터 떠올랐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려면 뭔가 대단한 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막상 계속 사용하게 된 건 훨씬 단순한 것이었어요. 제목 아래에 늘 적던 항목 몇 개와 빈 메모 공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틀이 있으니 새 기록을 시작할 때마다 이전 페이지를 찾아 복제하고, 내용을 지우고, 빠뜨린 게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없어졌어요.
결국 저한테 노션 템플릿이 가장 유용했던 순간은 새로운 걸 멋지게 만들고 싶을 때가 아니라, 이미 여러 번 반복하고 있는 일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노션에서 비슷한 페이지를 계속 복제해서 사용하고 있다면, 인터넷에서 새 템플릿을 찾기 전에 그 페이지부터 한번 살펴봐도 좋아요. 이미 그 안에 내가 실제로 필요한 템플릿의 형태가 거의 들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